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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


BY 봄비 2020-06-30 09:29:23

오늘은 남편이 직접 도시락을 싸갔다.

어젯밤에 남편한테 월요일 하루 종일 종종거리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얼마나 몸이 피곤한지 좀 떠들었는데, 대뜸 "내일 도시락은 내가 싸갈테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말고 그냥 자.." 라고 하더니  진짜 본인이 일찍 일어나 냉동실에서 자숙새우를 꺼내서 새우 볶음밥을 만들었다.

주방에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벌써 볶음밥이 완성되어 있었다. 주말에 혼자 볶음밥 해 먹을 땐 새우를 잘게 썰어서 쓰더니 오늘은 손잡이처럼 붙은 꼬리도 안떼고 제법 사이즈가 있는 새우 그대로 볶음밥 위에 토핑하듯 얹어서 도시락을 싼다. 뭔가 허전해 보여서 계란말이 해 줄게 했더니 그것 역시 본인이 쓱싹쓱싹 한다. 나는 바나나 하나만 먹기 좋게 잘라서 작은 통에 담아주었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을 만큼 볶음밥 비주얼이 좋았다. 굴소스로 낸 전체적인 색감도 좋고 파기름을 내서 볶았는지 중간중간에 보이는 파릇한 파도 숨은 그림찾기 속 주인공처럼 적절히 숨어 있고 해서 먹음직스러웠다. 내가 장난으로, "싸모님이 오늘은 볶음밥을 싸 주셨네요?"  했더니 웃는다.

내가 싸주는 도시락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직접 싼 건 아닌가 고민이 좀 된다. 맨날 같은 것만 싸서 지겨워졌나? 맛이 없나? 정말 나 피곤할까봐 더 자라고 그런건가? 진실은 장맛비를 쏟아내는 구름 너머에 있다. 내가 한 사람의 마음을 어찌 다 알고 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