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49

7월을 반기며


BY 봄비 2020-07-01 09:58:49

7월의 첫 날이다.

2020년 상반기가 지나고 이제 하반기 시작이다.
어제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한 달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묵은 달이 가고 새 달이 오면 공짜로 한 달을 다시 선물 받게 된 것 같이 상쾌한 기분이 들곤한다.

1월은 어떻게 간지 기억도 잘 안나고, 2~3월은 코로나 때문에 남편이 재택을 해서 전염병의 위험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재밌게 보내기도 한 것 같다.  4~6월 석 달간은 이삿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쓸모 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제 버려야 할 큰 가구들만 남았고 얼추 정리가 되었다. 더 이상 버릴 것도 내다 팔 것도 없다. 설사  처분해야 할 걸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이사가서 하기로 했다.  중고거래 어플을 몰랐다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것들을 소소히 팔아서 금붙이 판 값 제외하고 거의 100만원 돈이 생겼는데 남편 옷이나 신발 등을 사줘야 할 것 같다. 꽁돈 같아서 얼른 써버리고 싶기도 하다.

이제 7월, 다시 뭘 하면 좋을까. 집안일과 직업적으로 하는 일은 숙명적으로 한 몸처럼 함께 하는 것들이고 새롭게 뭔가에 다시 집중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일단 물감은 다시 사 놓기는 했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그림도 한 점 골라놨는데 그리게 될지 모르겠다. 코로나가 나에게 안겨다 준 것이 있다면 가장 먼저는 당혹감이었고 그걸 떨쳐버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생기부여를 줬다. 이런 시국일수록 정신 차리고 깨어서 잘 살아 있어야한다는 뭐 그런 감각이었다.  

전에 친정오빠가 병원에 잠깐 있을 때 나도 그렇고 친정언니도 그렇고 친정오빠를 걱정하면서 병원에 왔다갔다 동안 나는 당시 여기저기 근육통으로 시달렸던 통증이 없어졌고, 언니도 고질적으로 아프다는 무릎 통증이 사라졌었다. 다른 데 신경을 쓰니 무감각했었던 것인지 일시적으로 좋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난 그 이후 현재까지 허리고 어깨고 아픈 데가 다 사라졌다. 너무 오랫동안 아팠는데 요즘은 아픈 데가 없어서 더 어색할 지경이다.  같은 논리로 코로나라는 큰 걱정거리 때문에 되려 다른 해보다 덜 지루하게 보낸 것 같다. 내 지론인, 세상에 좋기만 한 것은 없고 또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를 다시 한 번 짚어보게 된다.

나는 염세주의자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알까? 염세주의자들이 정말 열심히 산다는 사실을? 그게 염세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든, 세상에 무관심한 사람들보다 세상을 두고 호불호를 매일 생각할 정도로 세상에의 탐구력이 강하기 때문이든 그렇다. 뭐든 이면이 있기 나름인데 염세주의자들의 이면은 삶에의 집중력이 의외로 좋다는 점이고 나는 가끔 그걸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니면 최면을 걸던지.

아무튼, 한 달이 주어졌다. 잘 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