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쓰는 것도 좀 망설여지네요.
층간소음 얘기하면 꼭
“아파트 살면서 그 정도도 못 참냐”
“생활소음에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근데 있잖아요...
진짜 제대로 오래 당해보시면 그렇게 말씀 못 하실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윗집에서 좀 쿵쿵거리면 사람이 사는데 그럴 수도 있지 했어요.
근데 작년 초에 윗집이 바뀌고 나서부터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이상하게 새벽 1시, 2시쯤 되면 시작되는 거예요.
아이들 뛰는 소리인지 쿵쿵쿵 하고 뛰는 소리 나고
갑자기 악악 소리 지르고
웃고 울고 떠드는 소리 나고...
제일 미치는 건 발망치였어요.
쿵. 쿵. 쿵.
가끔은 펑펑 울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처음엔 아이 키우는 집이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저도 애 키워본 사람이니 얼마나 마음대로 되겠어요.
그런데 이게 매일 새벽까지 계속되니까...
사람이 점점 이상해지더라구요.
저녁만 되면 천장을 한번씩 보게 돼요.
아직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오늘은 또 몇 시에 시작하려나...’
벌써 긴장부터 하는 거죠.
결국 한두 달은 참다가 경비실에 내려갔어요.
경비 아저씨한테 말씀드렸더니
“제가 올라가서 말씀드려볼게요.”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신기하게 진짜 조용해졌어요.
그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아... 몰라서 그랬나보다.
아랫집까지 이렇게 들리는지 몰랐던 거구나.
이제 끝났나보다 하고 잤죠.
근데 그날 새벽에 또 펑펑 소리에 깼어요.
아 진짜...
그때부터는 화보다 허탈함이 더 컸어요.
관리실에도 얘기해봤는데 그때뿐이고요.
그래서 결국 쪽지를 썼어요.
“밤에는 소리가 많이 울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조심 부탁드립니다.”
진짜 최대한 기분 안 나쁘게 썼어요.
근데 다음날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가는데 문에 커다란 종이가 붙어 있더라구요.
생활소음에 너무 예민하다.
단독주택에 살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와...
그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처음 알았어요.
내가 몇 달을 참았는데
왜 내가 예민한 사람이 된 거지?
진짜 한번 내려와서 우리 집 거실에 앉아 있어보라고 하고 싶었어요.
남편도 화가 잔뜩 나서 올라가겠다고 하고
저는 또 그거 말리고...
그날 진짜 너무 서럽더라구요.
그 뒤로는 별짓을 다 해봤어요.
귀마개도 사봤어요.
비싼 걸로 사면 좀 다를까 싶었는데 발망치에는 별 소용 없더라구요.
귀만 아프고 답답하고...
층간소음 우퍼도 알아봤는데 가격 보고 또 한번 열받았어요.
아니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10만원, 20만원씩 돈을 써야 하나 싶잖아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정말 많이 했어요.
층간소음 해결방법
윗집 발망치
천장 두드리기
층간소음 망치
저주파 소음
맨날 이런 것만 검색했어요 ㅎㅎ
그러다 천장에 노크하듯 신호를 보내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집에 있던 망치 같은 걸로 해봤어요.
근데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망치는 짧으니까 의자 올라가야 되고
딱딱한 걸로 치니까 우리 집에서도 소리가 엄청 크게 나고
천장 벽지에 자국도 생기고요.
한번은 시커멓게 얼룩진 걸 보고 있는데 진짜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가 뭘 잘못해서 잠도 못 자고
남의 집 때문에 내 천장까지 망가뜨리고 있나...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막 두드린 적도 있어요.
솔직히 그때는 천장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근데 그렇게 해봐야 며칠 지나면 또 똑같고
결국 손해 보는 건 우리 집이더라구요.
그러다 검색하다가 길쭉한 봉 끝에 흰 스펀지가 달린 제품을 알게 됐어요.
처음엔 저도
‘이게 뭐가 다르지?’
했어요.
근데 끝부분이 딱딱한 고무 같은 게 아니라 푹신 푹신한 스펀지라서 우리 집에서는 딱딱 튀는 소리가 덜하고, 윗층엔 쿵 하는 묵직한 느낌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더라구요.
무엇보다 흰색이라 벽지에 시커먼 자국 생길 걱정이 덜한 게 저는 좋았어요.
봉 하나만 들고 써도 되고
두 개를 연결하면 길어져서 침대나 바닥에 앉아서도 천장에 닿고요.
근데 제가 써보고 제일 크게 느낀 건 사실 다른 거였어요.
심리적으로 좀 든든해졌어요.
이전에는 위에서 쿵 하면
또 시작됐네...
오늘은 몇 시간이나 가려나...
나는 또 그냥 참아야 하나...
이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근데 이걸 한쪽에 세워두고 있으니까
‘너무 심하면 나도 지금 다 들린다고 신호는 보낼 수 있다.’
이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게 생각보다 커요.
예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느낌이 덜하더라구요.
실제로 너무 심할 때 몇 번 쿵쿵 하고 나니까 그 뒤부터 조금씩 조용해졌어요.
물론 이게 모든 집에 다 똑같이 통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관리실 한번 이야기해서 바로 조심해주는 분들도 있을 거고
쪽지 한장으로 해결되는 집도 있겠죠.
그게 제일 좋죠.
근데 저처럼 좋게 말해도 안 되고
관리실도 그때뿐이고
계속 참고만 있던 분들은 이런 방법도 있다는 얘기는 해드리고 싶었어요.
층간소음은 소리 자체도 힘든데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게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내 집인데 집에 들어가기 싫고
밤 되는 게 싫고
천장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심장이 먼저 반응하고...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그러니까 너무 오래 혼자 참지만 마세요.
관리실에도 얘기해보고
기록도 해보고
중재 신청도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해보세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참기만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정말 그 생각 때문에 사람이 더 힘들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