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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웃었던 80분! 늘근 도둑 이야기


BY 이다혜 2008-01-11 08:08:27

 

 

공연명 : 늘근도둑이야기

공연일 : 2008년 1월 9일 8시  

공연장소 :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운이 좋게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즐겁게 관람 잘 했습니다. 화려한 휴가를 만드신 김지훈 감독님과 연륜있고 열정있는 배우분들이 나오시는 연극이니 만큼 기대가 컸어요. 그리고 역시나 최고의 배우, 최고의 연출자, 환상적인 연극이었습니다. 8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정신없이 웃으면서도.. 곧 끝이날 생각을 하니 1분 1초가 아쉽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호탕함, 시원함이 이 연극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인 듯 싶습니다. 배우분들의 입담과 애드립은 정말기대를 져버리지 않더라구요. 주옥같은 대사들은, 의미가 무겁게 다가오는 대사들이 아니라, 박장대소가 저절로 나오는,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반짝이는 대사들이었습니다.

유형관, 정경호, 최덕문...
세 분 모두 연극판에서 오래 연기하신 분들로 알고있습니다. 세분들..정말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시더군요. 
그야말로 무대에서 온갖 끼를 풀어놓으신 듯 해요. .
영화나 드라마에서 코믹한 연기로 자주 출연하는 정경호씨...이번 연극에서도 코믹한 역이라서 편하고 친숙했어요. 드라마 마왕에서 엄태웅씨의 형 역으로 나왔던 최덕문씨..연극에서는 처음 뵈었는데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살짝 반했답니다. 특히 '이 양~아'하면서 이양을 부르는 장면.. 넘 웃겼습니다. 다만 수사관역할이 극중에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금 어리둥절했어요.

감독은 정치풍자를 염두했다고 하지만, 사실 풍자가 그렇게 많이 강조된 것 같지는 않아요. 단지, 대사 속에서 정치적인 사건들이 소재로 나타났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이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 속에 있다고 해서 풍자는 아닐 테니 말이에요. 그저 단발적인 풍자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히려 배우분들의 열연에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어요. 특별한 에피소드의 연속은 아니었지만 배우들의 대화, 회상 장면, 즉흥연기 등으로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사소한 줄거리를 유쾌한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준 듯 합니다.

한시간 삼십분가량의 짧은 시간이지만 작은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열기를 직접 느끼며 정말 마음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관객, 그리고 중년 관객들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웃음의 범위가 객석의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습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느껴졌던 연극이었습니다.  심적으로 우울하신 분들은 오셔서 연극을 보시면 많이 웃으실 수 있으실 꺼예요.

아직 공연횟수가 많지않아 중간중간 실수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수정 보완하면 더 좋은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저는 오히려 실수를 하시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배우분이 실수하시고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는 경우는 처음 봤거든요~ㅋㅋ 연극이라는 장르의 현장감도 느낄 수 있었고, 즐기면서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 막 내리기전에 부모님 두분 모시고 한번 더 찾았으면 좋겠네요. 사실 연극은 다들 20대 분들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모시고 가기가 좀 그랬었거든요. 근데 늘근 도둑 이야기는 배우분들도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고 세대에 상관없이 좋아할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흥행하시길!